Valenca ~ O Porrino 19.2km

 

아침 일찍 조식을 먹고 호스텔을 나왔다. 안개가 진해 더 깜깜한 느낌이지만 오늘은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으로 국경을 걸어서 넘는 날이다. 발걸음에도 설렘이 뭍어 있다. 어디 국경을 건너 본 적이 있어야지 그것도 걸어서.

저 다리를 건너면 스페인이다. 다리를 건너며 계속 뒤를 돌아본 것 같다. 하루 머문 발렌샤의 요새 마을에도 정이 들어버린 듯 떠나는 사람의 느낌이 되어버리는 순간.

 

 

5분 정도를 걸어 (물론, 동영상 찍고 돌아보고 아쉬워하느라 오래 걸렸다) 국경을 넘었다.

몇 발자국 안 옮겼는데 스페인 태양은 강렬했고 난 벌겋게 달아올랐다. 국경을 넘어 뚜이(Tui)를 걸으며 이제 시작이라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마을이 너무 예뻤고, 곳곳의 성당들이 너무 예뻤다. 기회가 닿는다면 다음엔 산타 마리아 데 투이 대성당도 자세히 둘러보고 싶다. 이 날 코스에는 다른 순례자들의 후기에서 왼쪽, 오른쪽 방향으로 모두 갈 수 있는 이정표가 나오는데 이때 꼭 왼쪽으로 가라는 조언이 많았다. 오른쪽은 빠르나 도로길이여서 위험하지만 거리는 짧고 왼쪽은 숲길이라 아주 예쁘다는 말이었다. 의심의 여지없이 숲길로!

이 날은 가장 힘들게 호스텔에 도착한 날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래서인지 사진첩의 사진양이 확실히 적다. 

호스텔이 있는 마을에 들어섰을 때 정말 더는 못 가겠는데 싶었는데 이때 아... 어제 괜히 쉬었다 하며 잠깐 후회했다지.

 

*Casucho da Peregrina

2023년 9월 29일(금) ~ 9월 30일(토), 37,924원(23.37유로), 혼성 도미토리

깔끔한 호스텔. 베드버그는 있을 수 없게 방수매트리스(?)로 되어 있고 깨끗한 매트리스커버와 배게 커버를 직접 세팅해 주면 된다. 커튼이 있는 2층 침대에 개인용 서랍장이 침대 밑에 있다. 관리를 꽤나 열심히 하시는 것 같고, 조식도 깔끔했던 걸로 기억한다. 세탁은 가능했고 건조는 근처 lundry room에서 해결했다. 참 이 숙소는 저녁시간에는 상주하고 있는 직원이 없고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아야만 들어갈 수 있어 외출할 때는 비번을 꼭 외우고 있어야 한다.

이 날 저녁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오신 멋진 60대 여성분들과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친구들끼리 순례길을 오셔서 즐거워하시는 걸 보니 너무 멋진단 생각이 들었다. 이 분들은 캐리어를 갖고 오셔서 다음 숙소까지 짐을 배달하고 가볍게 순례길을 걸으신다고 했다. 뭐가 되었든 어떠하리... 즐기는 자가 승자이다. 이 친구분들도 보니깐 P, J가 섞여 일정을 계획하시는 분의 어깨가 상당히 무거워 보였다는.... 그리고 이 날 전 날 숙소에서 인사했던 빅터 할아버지를 또 만났는데 이게 또 이렇게 반가운 일인가? 같은 순례자라는게 나이도 국적도 성별도 직업도 뭣도 다 뛰어 넘는다.

이 날 쉬면서 마지막 날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도착해서 묵을 숙소를 결정했다. 한국인들이 유명하다고 하는 숙소(호스텔)와 수도원을 고려하다 대성당 뒤에 위치한 수도원에 숙박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찾고 바로 예약.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예약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메일로 문의하고 바로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이 룸 예약 방법은 이후에 자세히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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