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osinhos ~ Vila do Conde 22.8km

 

동트기 전 500번 버스를 타고 Matosinhos로 이동. 첫날의 기분 좋은 긴장감이 가득하다.

첫날인데 어디에도 물을 구할 수 있는 슈퍼나 bar가 보이지 않아 물 없이 출발하며 '너 진짜 괜찮겠니?' 마음속으로 여러 번 물었다. 점점 목이 타는데 가도 가도 Bar가 보이지 않는다. 더 갈 수 있을까 싶을 때 어촌 마을의 주민들의 방앗간 같은 Bar에 들어가 오렌지 주스와 나타로 허기를 달랬다. 옆에 앉은 순례자와 어버버 첫 대화를 하며 다시 기운을 내본다.

첫날의 위기는 데크인지 모래길인지 알 수 없었던 모래가 덮친 길고 긴 데크길에서 왔다. 살면서 처음으로 8키로에 가까운 배낭을 메고 걸으려니 정말 십자가를 지고 가는 느낌. 어디 쉴 곳하나 없어 정신줄 부여잡고 앞선 순례자들을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포르투갈 길은 내륙길과 해안길이 있는데 바다를 보며 걷고 싶어 해안길을 선택했다. 이 길고 길었던 데크길은 바다와 마을을 이어주고 있었는데 현지인들은 집에서 걸어 나와 바로 연결된 바닷길을 통해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뭔가 우리나라는 해수욕장이든 바닷가든 입구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것에 비해 이렇게 집 앞에서 몇 걸음만 걸어 언덕을 넘으면 바다로 가 즐길 수 있다는 게 신선하고 부러웠다. 

길고 긴 데크 길을 지나고 오늘 묵게될 숙소가 있는 마을 입구의 다리 풍경이 너무 예뻐서 힘들었던 순간이 또 금새 잊혀졌다. 나는 이렇게 매일 매일 고통에서 행복으로 순식간에 스위치 온오프가 되는 마법의 순례길을 걷게 된다. 숙박이 예정된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느꼈던 마치 고향집에 온 것 같은 까닭모를 편안함과 안도감은 이 길을 걸었던 사람이라면 모두 이해하겠지?

 

 

보통 숙박은 순례자들의 숙소인 알베르게, 호스텔 그리고 도미토리를 꺼리거나 1인실을 선호하는 분들은 일반 호텔에 묵는 것 같다. 나는 호스텔 위주로 숙박을 했는데 알베르게는 사전 예약이 안 되는 곳들도 있고 베드버그가 많다는 얘기가 있어 선뜻 도전할 수 없었다. 순례길에서 나의 두려움은 화장실, 들개, 베드버그였음으로 숙박 후기 검색에 매번 베드버그를 검색하는 것으로 숙소 거르기를 하고 예약했다.

 

* HI Vila do Conde - Pousada de Juventude,

2023년 9월 25일(월)~26일(화), 30,692원(20.5유로), 6bed 여성전용 도미토리, 조식포함

세탁기가 없는 숙소인지 모르고 예약. 첫 날부터 뒷마당에서 손빨래를 가열차게 하고 빨래를 널어뒀으나 이게 오늘 중에 마르긴 할까 걱정이 되던 차에 같은 방에 한국인 친구를 만나 같이 비용을 나눠내고 건조기로 빨래를 뽀송하게 말렸다. 손빨래는 이 날 딱 하루만 했고 다른 숙소들은 세탁기가 다 있어서 손빨래할 일은 없었다. 

첫 날 만난 한국인 친구 두 명과 저녁으로 거나하게 대구구이를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처음에 내가 영어로 인사했는데 한국인이죠? 하고 바로 답이 돌아와 내 영어 너무 후졌나 싶었는데 내 장비들이 나 한국인이다를 말해주고 있었다고 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는 순례길에서는 좀 더 편안하고 솔직한 대화가 오가는 것 같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웃고 이야기하는 순간이 소중하고 즐거웠다. 

첫날 숙소는 세탁기가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다 좋았다. 조식을 먹는 식당도 넓고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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